그리스·로마 신화에는 피그말리온의 이야기가 나온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이상형을 투영한 조각상을 만들고 미의 여신 비너스에게 간절히 기도한다. 비너스는 피그말리온의 바람대로 조각상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조각상은 갈라테이아라는 어여쁜 여성이 된다. 피그말리온은 간절한 기도로 소원을 이루었다.
그런데, 피그말리온이 아닌 갈라테이아의 입장은 어떨까? 이 책은 그 갈라테이아의 입장을 보여주는 책이다.
'마'라는 프리랜서 PD는 '곽'과 함께 16년 동안 베일에 쌓인 로젠탈 스쿨을 취재하러 간다. 로젠탈 스쿨은 외딴섬 낙인도에 있는 학교로 고아, 부모가 범죄자인 불행한 아이들만을 교육시키는 곳이다. 그런데, 교장이 학교에 대한 취재를 통제한다. 시설도 완벽한데 말이다. 통제에 비해 학생들이 학교를 나쁘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에 대해 '마'는 의문을 품고 '박'에게 조사를 해달라고 한다.
'박'은 졸업자가 학교의 빚을 갚아야 하며 모두 중독증세를 보이는 등 이상한 점이 매우 많았다고 '마'에게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우발적으로 학생 간 싸움이 터진다. 이걸 찍은 촬영감독 '곽'은 지하실에 갇힌 가해 학생을 찍어 같히게 되고, '마'는 산으로 도망친다. 이후 '마'는 교장의 비서와 몇몇 아이들의 도움으로 세탁실에 숨게 된다. 하지만 도와준 아이 중 하나가 치욕을 당하자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고, 긴장감이 도는 상황 후 '마'는 선배 '박'의 도움으로 해경 등과 함께 섬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 '마'는 취재한 내용을 다큐멘터리로 만든다.
하지만, 결국 바뀌는 것은 없었다. 물증이 있는 교사들은 약한 처벌을 받고, 아이들이 감금, 폭행 당한 증거가 있음에도 경찰 앞에서 평화로운 태도 보였던 교장은 전혀 처벌 받지 않았다. '마'를 도와준 아이들부터 관심을 갖지 않던 아이까지 한명도 로젠탈 스쿨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들은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방영되지 못했고, 다시 현실은 계속 되었다.
책은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고, 마지막의 반전은 소름 돋게 했다. 한편으로는 허무함을 주기도 했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인 '피그말리온 효과'.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학생의 성적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작가는 이런 긍정의 힘이 왜곡된 형태로 전달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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