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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나들이

가을, 걷기 좋은 곳 _ 융건릉(융릉, 건릉)

by 운전마마 202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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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걷기 좋은 곳, 융건릉을 다녀왔다.

 

조선의 왕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융건릉도 그중 하나이다.

융건릉은 정조의 아버지 장조(사도세자)와 헌경왕후를 모신 융릉과 정조와 효의왕후를 모신 건릉을 합쳐 부르는 이름으로 사적 제206호이다. 

 

살아생전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던 아버지와 아들은 세상을 뜬 후 경기도 화성 안녕리(안녕동)의 화산 자락에 나란히 잠들었다. 

 

조선 22대 왕인 정조는 어린시절(11살때),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세상을 떠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아버지를 뒤주에 가둔 이는 다름 아닌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인 영조였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숨을 거둔 아버지 사도세자의 영혼이 구천을 맴도는 것 같아 괴로워하던 정조는 부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의 화산으로 묘를 옮겨 오고, 그 옆에 용주사를 지어 아버지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사도세자의 묘를 화성의 화산으로 이장한 것이 1789년이라하니 지금부터 232년 전의 일이다. 그러니 융건릉의 숲은 230여 년 전에 조성된 것이며, 나무의 수령은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정조를 좋아하기도 하고, 숲을 걷는 것도 좋아하여 시간이 날 때 종종 융건릉을 찾는다. 주로 승용차로 가는데, 주차는 융건릉 앞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주차비는 무료.

 

융건릉을 찾는 관람객이 많고, 주변에 맛집이 많아 주차장 자리가 여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오후 3시쯤 도착하니 자리가 있었다. (※지하철은 1호선 병점역을 이용하면 된다. 버스 15분소요. 수원역에서는 40분 정도 소요)

밖에서 본 풍경

주차장에서 매표소 걸어가는 길. 담장 너머로 기와집과 단풍 든 나무들이 보인다. 능은 안쪽 깊숙이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매표소 옆에 세계유산 조선왕릉 화성 융릉과 건릉 안내 기둥이 있다.

 

입장료는 성인 1,000 원. 화성시민은 신분증 제시하면 50% 할인된다.

매표 후 걸어들어가면 왼쪽에 작은 박물관이 나온다. 이 커다란 능을 어떻게 조성했는지 영상으로 안내하고, 관련 자료를 전시해 놓은 박물관인데,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안쪽으로 조금 걸어들어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이 융릉, 왼쪽이 건릉이다. 오른쪽 융릉부터 가보기로 하고 걸음을 옮긴다. 매표소에서 융릉까지는 어른 걸음으로 7~10분 정도 걸린다. 

융릉 가는 길은 키 큰 소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는 길이다. 공기도 상쾌하고, 바람소리 새소리가 기분을 밝게 만든다. 

융건릉 종합안내도
갈림길에 서 있는 이정표
융릉 가는 길. 키큰 소나무가 빽빽하다
융릉 앞 홍살문에서 바라본 융릉의 모습

어느새 융릉에 도착했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길을 걸어 평평한 평지를 걸으면 산자락에 앉은 융릉을 만날 수 있다. 융건릉의 숲길은 흙길이라 걷는 느낌이 편안하고 좋다. 능 주변은 탁 트여 있어 시원하고, 주변은 초록 나무로 둘러 싸여있어 눈이 편안하다.

 

융릉 앞에는 커다란 홍살문이 자리하고 있다. 궁전, 관청, 능, 묘 등의 앞에 세우는 붉은 칠을 한 문이다. 경의를 표하라는 뜻으로 세웠다고 한다. 

 

능 앞에는 제실이 있다.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다. 제실 뒤쪽 언덕 높은 곳에 사도세자의 무덤 융릉이 있다. 

융릉 앞 제실
언덕 위 융릉의 봉분이 조금 보인다

능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전, 융건릉에 왔을때는 능 가까이 가서 한 바퀴 돌아보고, 석상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제실 뒤쪽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멀찍이서 인사드려야 한다. 

 

융릉에서 건릉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건릉으로 향한다. 작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고, 계단이 몇개 있어 혼자 유모차나 휠체어를 밀고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의 경우 매표소 가는 큰 길을 따라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서 건릉으로 가는 길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좋다)

융릉에서 건릉으로 가는 작은 오솔길
융릉에서 건릉 가는 길. 억새가 피어있다

융릉에서 건릉으로 가는 작은 오솔길은 그림같이 예쁘다. 한적한 숲 속 오솔길을 걷는 기분은 참 좋다.

융릉 가는 길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길이었는데, 건릉 가는 길은 길쭉한 참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길이다. 

참나무가 우거진 오솔길

융릉에서 15분쯤 걸으니 건릉에 도착했다. 건릉의 구조는 융릉과 동일하다. 입구에 홍살문이 있고, 돌 길을 따라 걸으면 제실이 나오고, 그 너머 정조의 무덤 건릉이 있다. 시간이 늦어 그런지 건릉 쪽에 사람이 많았다. 

건릉의 모습

소나무 숲길을 걸어 융릉을 둘러보고, 융릉에서 건릉까지 오솔길을 걷고, 건릉에서 입구까지 참나무 숲길을 걸어 나오는데 40~50분이면 충분하다. 잠시 왕릉 앞 잔디밭에 앉거나 숲 속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널찍한 왕릉과 키큰 나무 사이로 난 숲길이 주는 여유인지, 산책하는 사람들 모두 표정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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