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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나들이

경기도 가볼만 한 곳, 가을 나들이 하기 좋은 곳 - 용주사

by 운전마마 202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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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엔 비가 내릴 거란 소식에, 오전에 부지런을 떨었다.

가을인데, 멀리 단풍 구경은 못 가더라도 잠시 바람이라도 쐬자 생각하며 30분 이내 거리에 있는 화성 용주사와 융건릉(융릉 건릉) 둘 중 어딜 갈지 고민했다.

 

산책하기는 사도세자와 정조의 릉(무덤)인 융건릉이 훨씬 좋지만, 규모가 커서 둘러보려면 1~2시간은 잡아야 한다. 

(오래 걷기 힘들때는 한 번에 능을 하나만 보고 오기도 한다.)

 

한참 고민하다 아침 일찍 잠깐 다녀와야 하니 20~30분이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용주사를 가기로 했다.

 

용주사는 조선시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절이다.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할아버지 영조의 왕위를 물려받은 정조는 사도세자의 영혼이 구천을 맴도는 것 같아 괴로워했고, 아버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세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경기도 양주 배봉산에 있던 사도세자의 묘를 제일의 복지(福地)라 하는 화산으로 옮겨오고 현릉원이라 했다.

그 옆에는 현릉원을 수호하는 능사(陵寺) 용주사를 짓고 아버지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_ 조선 정조 14년(1790년)

 

현릉원은 이후 융릉으로 승격되었고, 융릉에는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장조와 경의왕후)가 모셔져 있다. 그 옆쪽에는 정조와 효의왕후가 모셔져 있다. 옆이기는 하지만, 융릉에서 건릉으로 가려면 20분 정도는 걸어야 한다.

 

용주사라는 이름은 낙성식날(낙성식은 건축물이 완성된 것을 축하하는 의식) 정조의 꿈에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였다 하여 붙여졌다고. 

 

절 입구에 두 곳의 주차장이 있고, 주차비는 무료이다. 

용주사 입장료는 성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이다.

 

매표 후 입장하면 절 입구에 홍살문이 보인다.

용주사 입구 홍살문

홍살문은 왕실의 능, 원, 묘, 궁전 관아 등의 정면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문으로, 붉은 칠을 한 두 개의 기둥에 그 기둥을 연결한 보에 붉은 살을 쭉 박은 형태이다. '경의(敬意)를 표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한다. 

용주사에 홍살문이 있는 이유는 용주사에 사도세자의 위패가 모셔졌었기 때문이라고.

용주사 입구

용주사는 화성의 화산에 만들어진 절이지만 경사가 매우 완만하여 평지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입구부터 단차를 두어 건물을 세워 계단을 올라가야 대웅전이 시야에 나타난다.

절 문에 들어서면 단아한 모습의 탑이 나타난다. 보통 탑은 대웅전 앞 마당에 있는 편인데, 여기는 멀리, 두 단이나 낮은 곳에 있어 특이하다. 하지만, 대웅전 부처님이 앉은 곳에서 일직선 상에 있어, 부처님의 시야가 닿는다.

단아한 모양의 탑

탑 앞에서 기도를 올리거나, 탑을 돌며 소망을 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탑을 지나 앞쪽으로 가면 누각이 나온다. 누각의 이름은 천보루. 대웅보전 안마당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문루이다.

건물 모양이 특이한데, 주춧돌 위에 사다리꼴모양 긴 돌기둥이 있고, 그 위에 나무 기둥이 세워진 형태이다. 천보루는 일반적인 사출 건축양식이 아닌 궁궐이나 대갓집의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 누각의 특이한 점 하나더. 밖에서 보는 누각의 이름은 천보루인데, 안쪽 대웅보전 쪽에서 보면 누각 이름이 홍제루라고 적혀 있다. '밖으로는 하늘이 보호하는 곳이고, 안으로는 널리 백성을 구제하여 백성들이 불성을 깨닫게 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탑을 지나 대웅보전 들어가는 길에 보이는 천보루

 

대웅보전 입구에서 바라본 천보루의 모습. 안쪽에서 바라보니 홍제루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천보루를 지나며 바라본 대웅보전의 모습

 

용주사 대웅보전 전경

천보루를 지나 계단을 올라서면 대웅보전이 보인다. 일요일 오전 예불 시간인가 보다.

대웅보전에서 스님 한분이 목탁을 두드리며 경전을 읊고 계신다. 맞은편 쪽 홍제루 누각 위에서는 신도들이 함께 경전을 읊고 관세음보살을 말한다. 여행지에서 절을 많이 가보았는데, 이렇게 예를 올리는 모습은 처음 본다. 

절 마당에 목탁소리와 소망을 담은 기도소리가 울리니 신기하다. 나도 내 마음속 소망을 읊어본다. 

대웅보전에서 바라본 홍제루. 예불시간 누각 위에서 신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대웅보전 옆에서 바라본 경내

예불 올리는 시간이라 대웅보전에 들어가지 못하고, 절 마당 산책도 조심조심.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사진 찍는 것도 눈치 보인다. 내가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를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웅전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에는 북이, 오른쪽에는 종이 위치해있다.(대웅전을 바라보았을 때)

용주사 동종은 국보 제120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누각 안에 있다. 범종각 안에 있는데, 처음에는 종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 "이게 국보라고?"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섬세한 조각이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보존이 정말 잘 되어 있다.

 

고려 초기 제작한 종으로 추정되는데, 그러면 고려 474년, 조선 500년을 거친 약 1천 년이 된 유물인 것이다.  그런데, 문양의 아주 얇은 선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다. 보살과 비천상 등의 문양이 선명하고 수려하다. 용주사에 간다면 이 종을 꼭 보아야 한다.

용주사 범종각. 범종각 안에 동종이 있다.
용주사 동종(국보 제120호)

 

대웅보전 현판의 모습. 현판 양 옆에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의 조각이 있다. 
대웅보전과 천불전 사이에 있는 작은 연못
절 문앞을 지키는 해태.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해태에게 인사하고 용주사를 나선다. 
절 안쪽에서 본 홍살문의 모습. 

들어올 때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나갈 때 보니 절 입구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자연석 모양의 비석과 아름드리나무들이 아름답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가을 정취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차분함을 주는 절 마당을 걷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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