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손잡고 나와 함께 새로운 곳을 찾아갔었는데,
사춘기가 된 후엔 함께 나오기가 쉽지 않다.
아이도 또래 친구들과의 사회생활이 있고,
주말에는 학교, 학원 등 학업으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은가 보다.
주말에 어렵사리 '모시고' 함께 나들이를 나선다.
미리 예약한 국립기상박물관으로.
국립기상박물관 관람시간은 10시~18시(17시까지 입장).
관람료는 무료이고, 사전 예약해야 관람 가능하다.
전문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해설 예약을 하면
1시간가량 해설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국립기상박물관은
서울 강북삼성병원 뒤쪽에 위치해있다.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다.
우리는 1호선을 타고 가서,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고,
정동길을 걸어 강북삼성병원을 찾아갔다.
강북삼성병원 옆 골목으로 들어서서 언덕을 오르면 서울시 교육청이 나오고,
교육청을 지나 좀 더 들어가면 국립기상박물관이 나온다.
걷는 거리가 꽤 되었지만, 걸어온 길들이 색다르고 재미있어 지루함은 없었다.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전 지어진 듯한 근대건축물이 국립기상박물관이다.
레트로 한 감성과 초록 잔디, 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공간이다.
1932년 지어진 이 건물은 서울 기상관측소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등록문화재 제 585호라고 한다.
서울기상관측소 건물을 복원하여 2020년 10월 30일 국립기상박물관으로 개관했다고.
국립기상박물관 앞마당은 기상청 옛터로 곳곳에 기상관측 장비가 놓여 있다.
백엽상도 있고, 계절 관측 표준목도 있다.
기상은 바람, 구름, 비 등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말한다.
기상청은 환경부 소속으로, 재해 예방과 산업 진흥 등 공공의 복리 진흥을 위해 기상, 지상, 수상에 대한 정보를 발표하고, 이에 필요한 연구, 개발과 기상에 관한 국제적 협력을 수행하는 중앙행정 기관이다.
우리가 매일 확인하는 뉴스나 포털의 날씨 예보, 재해 예측 등의 정보가 기상청으로부터 나온다.
국립기상박물관은 기상청이 우리나라 기상 역사와 가치를 알리고자 설립한 곳으로,
우리나라 기상관측의 역사와 현대 기상 기술 발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한다.
제1 전시실은 삼국시대 이래 기상관측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고,
제2 전시실은 강우량을 측정하는 측우기에 대한 소개와 조선시대 강우 측정 활동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제3전시실은 근대 기상기술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근대 일기도와 기상관측 기록을 볼 수 있다.
제4 전시실은 기상 관측, 예보 등 기상업무의 발전 공간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실시간 기상 관측 영상을 볼 수 있다.
1904년이 우리나라 근대 기상관측의 기점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인천, 부산, 원산 등 개항장의 관세를 담당하던 해관에서 온도, 풍향, 풍속, 강우 등의 기상 상황을 관측했다고.
배가 운항하고, 드나드는데 날씨가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1905년 당시 사용했던 일기도가 전시되어 있는데, 일기도에는 등온선, 등압선 등이 표시되어 있다. 일기도는 기상 활동의 특징이 종합적으로 표시된 날씨 기록방식이라고 한다.
TV, 컴퓨터 등을 통해 위성사진과 디지털 영상만 보다가 종이 위에 그려진 일기도를 보니 신기하다.
지진을 측정하는 지진계실이다.
국보 제330호인 측우대이다. 측우기를 받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선시대(1770년) 대구경상감영측우대이다.
둥근 원통 모양은 측우기이다. 공주충청감영에서 사용하던 측우기로 이 측우기도 국보이다.(국보 제329호)
교과서에서 보던 측우대, 측우기를 실물로 보다니... 기쁘고 신기하다.
전통사회에서 왕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하늘을 통치의 근간으로 여겼다고 한다.
때문에 하늘의 움직임을 살피는 게 중요했다고.
또한 농사가 중심인 농경사회였기에 기상을 관측하는 일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세종대왕은 자연현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였고, 이런 배경 아래 측우기가 발명되었다고 한다.
측우기 자체의 모양과 크기, 측우대의 높이와 설치 장소, 빗방울이 낙하하는 성질, 빗물과 흙의 무게 차이, 빗방울에 미치는 바람의 영향 등 다양한 과학적 지식과 관측 경험을 반영하여 측우기를 만들었다고.
해설사님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니 어려운 내용들도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전시품들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었다.
매일 무심코 흘려듣는 날씨를 관측하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발했던 아이도 즐겁게 관람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이 가면 좋을 전시라고 생각된다)
박물관에서 나와 농업박물관과 경향신문 사이에 있는 '어반 가든'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스파게티와 피자.
어반가든은 정원이 예쁜 음식점으로 내부도 꽃과 나무 등으로 정원 느낌이 나게 꾸며져 있다.
본관은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어, 우리는 별관에서 식사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 탓인지 우아하게 식사한 기분이다.
즐겁게 식사하고, 잠시 쉬었다가 '과거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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