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명절 연휴에는 대체로 서울에 있는 박물관에 간다.
명절에는 차가 막히지 않고, 박물관에 사람도 많지 않아 관람하기 좋다.
1년에 5~6차례 국립 중앙박물관에 가는 편인데 박물관을 자주 가게 된 계기는 대만여행 때문이었다.
대만 여행 마지막날 고궁박물관에 가겠다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서 줄 서고, 비싼 입장료 내고, 수많은 중국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애쓰면서 문득 깨달았다.
대단하고 아름다운 유물이고, 작품이긴 한데.... 남의 나라 문화재 보자고 이렇게 기를 쓰고 박물관 찾아다니면서, 우리나라 박물관은 등한시하고 있었구나.
부끄러웠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국립 박물관은 대체로 입장료가 무료다.
그 후로 시간이 나면 국립 중앙박물관을 찾는다.
경기도민이지만, 일요일 오전에 길을 나서면 30~40분이면 다다를 수 있다.
국립 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 박물관 답게 그 규모가 무척 크다.
하루 가서 쭉~ 다보려 마음먹었다가는 지쳐 집에 못 갈 수도 있다. 😅
갈 때마다 한 구역씩 정해 놓고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9월에 전시를 시작한 <중국 고대 청동기 _ 신에서 인간으로> 전을 위주로 보았다.
전시기간은 2021. 9.16 ~ 2021. 11.14 이고, 관람료는 무료이다.
다만, 예약은 필수.
전에는 그냥 들어갈 수 있는데, 현재 코로나 상황이라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국립 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로그인 후 예약할 수 있으며 1인 4매까지 가능하다.
관람시간은 10시~18시.(수, 토요일은 10시~21시)
박물관에 전시된 청동기 유물은 모두 진품이라고 하며, 상하이 박물관과 협력하여 특별전을 개최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시된 유물들은 기원전 21세기 하 왕조부터 기원후 3세기 한대까지 중국 상하이 박물관 소장 청동예기 67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웃나라 중국의 고대 역사를 담고 있는 그릇들이다.
(기원전 2세기 아니고 기원전 21세기다😮 )
사마천의 사기에 신이 만들었다고 표현한 세발솥은 신께 제를 올리는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천 년 전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정교하다.
청동기 제작 과정이 모형으로 설명되어 있고, 영상으로도 안내된다.
이해하기 어려운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니 쉽게 이해된다.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보니 탄성이 나오며 유물 하나하나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자세히 보게 된다.
수천 년을 넘어 그 정성이 전해진다.
이것이 어찌 3천 년 정도 된 유물이란 말인가? 정교함과 아름다운 문양이 현대의 것이라 해도 믿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문양이 새겨져 있다.
전체적인 모양 또한 균형 잡혀 있으며 아름답다.
등에 범을 업고 있는 듯한 모습의 돼지는 우리가 알고있던 돼지의 모습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신비롭고 우아한 느낌이 든다. 몸체에는 화려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둥근 항아리 모양의 청동 그릇은 점과 그름 같은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줄어 묶은 듯한 문양이 세련된 모습이다. 매듭까지 표현한 것이 신선하다. 요즘 만들어진 도자기 작품과 비교해서 뒤지지 않을 정도다.
물고기 모양 병은 참 재미있게 생겼다. 밑바닥에 꼬리 지느러미가 풍성하게 표현되어 있다.
물고기는 어떤 의미를 품고 있을지.... 해설을 들으면 좋을 텐데, 코로나로 인해 모든 해설이 중지되어 아쉽다.
이 향로는 백제 금동향로와 모양이 닮았다.
청동향로 보다 훨씬 후대에 나온 백제 금동향로가 더 정교하고, 화려하고 기품 있지만, 그에 훨씬 앞서 청동으로 이런 어여쁜 모양의 향로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신께 제사를 바치며 소망을 빌때의 간절함이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게 한 것일까?
옛사람들의 창의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웃나라인 중국은 우리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았다.
중국이 우리의 역사를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며 왜곡하는 모습에 화가 나지만,
우리가 어떤 영향을 받았고, 그걸 어떻게 발전시켜 독자적인 우리의 문화를 가졌는지 잘 알아야
우기는 그들에게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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