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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박물관 나들이

서울 견학 - 덕수궁 석조전

by 운전마마 2017.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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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아이들 봄방학때 다녀온 덕수궁 석조전.

덕수궁 안으로 들어가면 분수대 뒷편에 다른 궁궐 건물과는 분위기가 다른 현대식 건물이 눈에 띄는데, 그 건물이 바로 석조전이다.

 

석조전은 대한제국 시기 지어진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고전주의 양식의 석조건물이다. 

구한말 영국인 하딩(J.R.Harding)이 설계하였고, 1900년 기공하여 1909년 준공했다고 한다. 9년이 걸린 셈이다.

 

그리스 신전 같은 기둥을 가지고 있는데, 그리스 건축을 조형으로 르네상스 양식을 가미한 콜로니얼 스타일(식민지 양식) 건물이라고 한다. 18세기 이후 영국의 식민지 여러곳에 같은 모양의 건물들이 세워졌다고 한다. 

 

대한제국의 고종황제가 집무실과 외국사신들의 접견실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었는데, 정작 고종황제는 석조전을 이용해 보신 적이 없다고 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곳이 1층이고, 계단부 뒷쪽이 지층인데, 지층은 시종들이 대기, 1층 황제의 접견실, 2층 황제와 황후의 침실과 응접실로 구성되어 있다.

 

지층의 전시실은 예약없이 자유관람 가능하지만, 복원된 1층, 2층 전시실은 예약 필수다. 관람료 무료.

(단, 덕수궁 입장료 지불해야 함. 만 25세이상~65세 이하 1인당 1,000원)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 관람 안내

 

예약자임을 확인하고, 석조전 로비에 들어섰다.

마룻바닥이라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바닥의 무늬가 요즘 유행하는 헤링본 마루보다 더 세련되고 멋진 느낌이다.

로비에서 관람 시간까지 기다리니 성우처럼 멋진 목소리의 해설사 분이 등장했고, 15명가량이 함께 관람을 시작했다.

중앙홀 옆 접견실이다

 

석조전 중앙홀
중앙홀 과거 사진과 복원후 모습
중앙홀 대리석 탁자
귀빈 대기실의 모습

당시 영국 건축가가 설계하고, 자재의 대부분을 영국 및 유럽에서 공수했다고 한다.

우아함과 고급스러움, 고풍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사뿐사뿐 걸으며, 소근소근 말하게 되는 고급스러운 공간이다.

 

하지만, 석조전을 만든 고종과 대한제국의 일대기는 그다지 우아하고 아름답지 못하다.

일본, 청나라, 러시아 등의 강대국에 시달리며 서방으로 부터 개방 압력을 받은 대한제국.

다른 나라의 속국이 아닌 황제의 나라 독립된 '제국'임을 선포하고,

제국에 걸맞는 아름다운 궁궐 건물도 세웠으나 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약 13년가량 존속한 슬프게도 짧은 역사를 남겼다.

 

지금은 '대한제국 시기'라는 명칭보다 '구한말'로 더 많이 불리우는 비운의 아픈 시기이다.

석조전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2층 복도에서 내려다본 1층 중앙홀의 모습.
석조전 침실모습

침실은 자료를 근거로 복원했는데, 당시 가구 제조사인 영국 '메이플社'에 의뢰하여 공수했다고 한다.

서재, 응접실, 다이닝룸의 공간은 당시 사진을 보고 최대한 비슷하거나 같게 복원했다고 한다. 오래전 디자인과 배치인데 우아함과 품격이 넘친다.

벽난로와 식탁이 보인다
다이닝룸

 

황제 서재의 모습

 

국사시간에 근현대사는 늘 대충 배우고 넘어가서, 대한제국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몰랐었는데, 해설사님의 명쾌한 설명과 여러 안내판들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파국으로 흘러가는 시기에 이런 '고급스러운' 궁궐을 짓고 있었다는게 한편으로는 씁쓸했고, 나름 잘해보려 노력했던 고종황제가 측은했다.

 

마음은 착찹했지만, 눈은 참으로 호사를 누리는 역사현장 견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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