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다녀온 순천여행을 가을의 문턱에서 정리한다.(게으른 개미가 바빠서.....^^)
순천여행을 계획한 것은 순천만과 국가정원을 보고 싶어서였는데, 몇년 전부터 가보자, 가보자 하고서는 계속 미뤘다. 먼 거리라 큰 맘을 먹어야 움직일 수 있기에.
아이들의 중간고사가 끝나고 드디어 큰 맘을 먹었다. 금요일밤 출발하여 첫 날엔 순천만 근처 논 뷰(view)의 펜션에서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자고, 토요일 아침 일찍 순천 왜성으로 향했다.
가족 여행 할때 역사 유적을 찾아가는 걸 좋아한다. 식구들이 모두 역사를 좋아해 유적지를 돌아보며 당시 역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걸 즐긴다. 순천 왜성은 전라남도 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되어 있다.
순천왜성은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성리에 있는, 왜군(일본군)이 쌓은 성이다. 정유재란때 육지전에서 패하고 남쪽으로 밀리던 왜군은 전라도와 경상도 남해안 지역에 주둔하며 요충지를 택하여 새로운 성을 쌓고 전투하며 북상의 기회를 노렸다고 한다. 순천, 남해, 사천, 고성, 창원, 양산, 울산 등에 왜성을 쌓고, 자신들의 본국에서 보급을 받았다고.
지금은 육지이고, 산책하며 걷기 좋은 언덕이지만, 당시에는 바닷물을 끌어들어 성 주변에 해자를 만들고 다리를 놓아 낮에는 다리로 다니고, 밤에는 다리를 끊어 들여 출입을 막는 구조였다고 한다.
왜성 입구에 있는 그림을 보면 당시 성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성 앞에 물길이 보이고, 그 위에 다리가 하나 놓여있다. 오른쪽에 밀집한 군사가 조선과 명의 연합군, 왼쪽 성이 왜성, 바다에 있는 배는 왜군의 배이다.
순천여행 가기 전에는 잘 몰랐던 곳이라 큰 기대없이 왜성 입구에 다다랐다. 각자 가고 싶은 곳 한 곳씩 말했는데, 큰아이가 순천왜성이라는 곳이 있다는데 가보고 싶다고 하여 모두 기대없이, 돌로 쌓은 벽이 좀 있는 정도 아닐까.... 생각하며 왔는데, 주변이 잘 정돈되고 관리되어 있고 규모가 커서 놀랐다.
순천은 시내 곳곳 부터 동네 골목까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는데, 순천왜성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도 잘 보존하고 관리하고 있었다.(심지어는 공사장의 기물도 잘 나란히 정리되어 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깔끔한 분위기다~^^)
우리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쌓았던 성이라니 그 동안 다른 역사 유적을 볼때와는 마음이 좀 달랐지만, 전시에 이런 규모의 성을 쌓았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내성 깊숙히 천수각이 위치했던 곳까지 가는데 천천히 걸어 25~30분 정도 걸렸다.
우리에게는 우리나라를 아프게했던 유적지이지만, 일본은 자신들 조상이 유적지라 애착이 갔나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았던 일제강점기에는 '조선 고적명승천연기념물 보존령'에 의거하여 사적으로 지정했었다고 한다. 해방 이후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제 49호로 지정되어 관리되어 오다 1996년 일제가 지정한 문화재 재평가에 의해 사적 지정이 해제되었다. 그리고 1999년에 전라남도 기념물 제171호 순천왜성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석벽과 기단이 촘촘하고 튼튼하게 쌓여 있고, 잘 정돈되어 있다. 세월을 머금은 검은 빛의 돌과 생동감 넘치는 푸른 잔디가 어우러져 '멋지다'는 느낌마저 준다.
언덕 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수대에 올라서면 사방이 훤히 보인다. 모든 곳,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는 그 당시의 '펜트하우스' 가 아니었을까. 맨 위 사진 왜성 그림에 보면 높이 솟아 탑 같이 보이는 곳이 천수각이다. 천수각 옆 절벽 아래쪽은 바다인데, 지금은 그곳에 여수 산단이 위치해있다.
역사의 길을 따라 호젓하게 올라가 내려다보면 쉼없이 움직이는 거대한 산업단지가 '인더스트리아' 같은 모습으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알려준다.
**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다르게 되어 있어 걷는 맛이 더 좋다.
** 성 오르는 길에 있는 화장실이 무척 깨끗해 더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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