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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나들이

철원 민통선 나들이 - 제2 땅굴,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

by 운전마마 2018.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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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5월의 일요일 아침.

남북정상회담 이후 불어오는 평화의 훈풍에 가슴 설레 하며 철원 기행에 나섰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가 사회시간에 우리 국토에 대해 배우는데, 통일 전망대에 대해 배웠다며, 통일 전망대, 비무장지대, 휴전선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연일 뉴스에서 남북교류와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 통일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도 하여 나들이 장소를 철원으로 잡게 되었다. 

곳곳에 숲이 우거져 있는 철원은 공기가 참 좋은 곳이었다. 곳곳에 통제 울타리와 철책이 둘러쳐져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꽃은 피어있었다. 애기똥풀의 귀여운 자태가 눈이 띄었다.

 

오전 9시40분 : 고석정 주차장에 도착하여 관광안내소에서 안보관광버스 티켓을 구입하였다. 셔틀버스는 9:30, 10:30, 13:00, 14:30 하루 총 4회가 운영되는데, 평일에는 자가용으로 관광이 가능하지만, 주말에는 셔틀버스를 타야만 민통선 안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신분증 필수) 

철원 안보관광 정보  <철원군 광광문화 - 안보투어>

버스 창밖으로 근처에 지뢰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있다

버스에 올라타서 바라본 철원은 드넓은 논이 펼쳐진 평야가 있었고(그 유명한 철원 오대쌀!)  산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어김없이 철망이 둘러쳐져 있고 <지뢰> 표시가 있었다. 지뢰 표지판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이동 중 철원군 문화관광해설사가 철원 지명의 유래와 철원의 역사, 우리가 방문할 제2 땅굴과 평화전망대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철이 많아 '철원'이라는 지명이 붙었는데, 이 지역은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렀던 지역으로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한탄강 지질공원의 일부로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고.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지역을 지배하는 세력이 수시로 바뀌고, 전쟁 후에는 폐허가 되어 구 시가지에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벽돌 몇 장뿐인 참담한 현장에서 논밭을 일구고 생활의 터전을 가꾼 철원 주민들의 생활상은 가슴을 아리게 했다.  

 

민간인통제선(민통선)에 도착하자 헌병이 버스로 올라와 인원 체크를 했고, 긴장감을 안고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들어갔다. 버스는 제2땅굴 앞에서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려 안전모를 받아 들고 땅굴로 들어갔다.

땅굴 발굴과정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추모하며 땅굴로 입장. 왕복하는데, 30분 정도 걸렸다. 굴 내부가 완전히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신기했다. 바위 속을 폭파하여 굴을 만든 것이다. 땅굴을 판 것도 놀랍고, 이걸 발견한 것도 대단하다. 서로 반목하고 증오하고, 염탐할 이유가 없어지면 이런 굴 파는 일에 고단한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아쉬움을 안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철원평화전망대입구

 

다음은 평화전망대.

눈 앞에 비무장 지대가 푸르르게 펼쳐진다. 마치 밀림 같은 느낌이다. 철원 고원과 백마고지도 맨눈으로 보인다. 망원경으로는 북한군의 막사와 그들이 농사짓는 밭, 마을 모습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기분이 몹시 이상했다.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북녁땅. 생태계의 보고라 불리는 아름다운 풍경의 비무장 지대 속 곳곳에는 끔찍하게도 지뢰가 묻혀있다는 이야기. 슬픈 반전이다. 

민통선 안 마지막 기행 장소는 월정리역과 두루미 박물관이었다.

 

월정리역은 더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오래된 역. 철로 옆에는 녹슨 기차가 험상궂은 모습을 하고 있다. 쓰러진 녹슨 기차에는 총알 자국이 가득하다. 휴지 조각처럼 구겨져 있지만, 막상 만져보면 정말 단단한 철이다. 치열하고도 끔찍했을 전투를 떠올리게 된다. 월정리역에는 체류시간이 15분밖에 되지 않아 역 옆에 있는 두루미 박물관은 두루미 박제만 구경하고 왔다.(두루미가 생각보다 엄청 커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민통선 안 관광은 끝났고, 버스는 민간인 통제구역을 벗어나 구시가지 터와 노동당사를 지나 고석정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아름답지만, 슬픈 반전이 있는 철원. 화창한 날씨지만 그렇게 즐거울 수만은 없던 기행이었다.

그리고, 이름이 '안보 관광'이라 그런지, 남북교류 협력, 평화보다는 '적대감'이 주를 이루는 해설이 좀 불편했다. '안보 관광'이 '평화 관광'으로 바뀌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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