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첫날, 바쁘게 돌아다니며 오후에만 무려 1만 7천여 걸음을 걸은 크루즈 가족. 저녁식사는 교토의 명물로 꼽힌다는 고등어 초밥 '사바 즈시'를 맛보기로 했다. 헤이안 진구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 기온 거리 교차로 모퉁이에 있는 '이즈 쥬'라는 무려 100년이 넘었다는 초밥집에 찾아갔다.
일본은 히라가나, 가타가나, 한자를 혼용해 표기하니 히라가나만 간신히 읽어내는 나는 가게 이름을 알아도 가게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ㅜㅜ 이즈는 히라가나로, 쥬는 한자로 씌어있다.
100년이 넘은 곳임을 알리는 영어 안내문. 별 반짝반짝 달아 거창하게 자랑해도 되련만, 자랑 안내판도 소박하고, 소심하다. 암튼, 100년이 넘은 가게라니 그 맛이 궁금하고, 기대되는데 '고등어'로 만든 초밥이라니 살짝 걱정도 된다. 엄청 비리면 어쩌지.....
주방에서, 진지한 얼굴로 초밥을 만들고 있다. 테이블이 몇 개 없어 가게에서 먹으려면 대기표에 이름을 적고, 가게 앞 벤치에 앉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기도 힘들고, 값도 비싼 편이라 맛만 볼 겸 우리는 고등어 초밥(사바 즈시) 하나와 김초밥 유부초밥이 섞여 있는 메뉴 하나를 포장해 가기로 했다. 사바 즈시 하나는 초밥 여섯 조각인데 값이 260엔 정도 한다. 김초밥, 유부초밥 등은 110~130엔 정도.
지불한 비용에 비해 내용물이 단촐하여 '에게~~' 하며 포장을 풀었다. 고등어 초밥인데, 시커매서 깜짝 놀람. 근데, 저 시커먼 것의 정체는 고등어가 아니라 다시마다. 양념한 밥에 절여둔 고등어를 올려 말고, 그걸 다시 다시마로 싸 놓은 것이라고 한다. 먹을 때는 다시마를 벗겨 내고, 밥과 고등어로 구성된 초밥만 먹는다.
고등어 초밥의 맛은 신기하다. 비린 맛이 아주 없지는 않다. 처음에 살짝 비릿한 바다내음이 난다. 그런데, 씸으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나고, 밥과 고등어에서 나오는 식초의 상큼함도 전해진다. 난생처음 맛보는 맛이다. 크루즈 가족의 아빠와 아들은 와구와구~ 너무 맛있다면 잘 먹고, 둘째는 반의 반쪽 맛만 보고, 엄마는 한 개 먹었다.
다시마를 벗겨내 고등어 초밥의 모습이다. 초밥 1인분에 고등어 반마리가 얹어져 있다. 비주얼은 매우 심플하다.ㅋㅋ
교토에서 고등어초밥을 먹게 된 이유는, 교토가 내륙이라 바다에서 멀어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신선한 생선이 올려진 초밥은 구경하기 힘들었다고. 그럼에도 초밥을 먹고픈 누군가가 있었을 테고, 고등어를 상하지 않게 식초, 소금 등에 절여 숙성시킨 후 초밥에 올려 만들어진 '고등어 초밥' 사바 즈시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륙 깊숙이 있는 안동에서 고등어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안동 간고등어'가 유명한 것과 같은 이유인 것이다.
이즈 쥬의 초밥은 고등어 초밥이 으뜸으로 꼽히지만, 김초밥, 유부초밥도 모두 맛있었다. 일단 밥이 정말 맛있다. 쌀이 정말 좋은 쌀인지, 윤기가 흐르고 찰지며 밥 자체가 맛있다. 게다가, 그 밥을 가마솥에 짓는다고 한다. 밥만 따로 받아먹고 플 정도로 맛있다.
6조각의 고등어초밥. 양이 적은데 비싸다고 투덜댔었는데, 양이 적지 않았다. 한 조각의 크기가 큰 데다, 밥을 꼭꼭 눌러 싼 초밥이라 3조각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여럿이 가면 고등어 초밥(사바 즈시)은 한 개만 주문해도 될 듯하다.
교토 여행의 첫날 일정은 이렇게 막을 내리고, 다음날을 위해 우리는 각자의 발에 '휴족시간'을 붙이고 잠이 들었다.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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