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다산유적지에 옆에 있는 실학박물관.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삶과 실사구시 정신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옛날 지도, 옛날 물건들 보여주고, 한강 두물머리 볼 겸 해서 방문했었는데, 아이가 큰 지금은 역사 공부를 목적으로 다녀왔다. 한국사 시간에 배운 천상열차분야지도, 혼일강리역대국지도, 대동법 관련 내용을 박물관에서 보니 재미있다며 흥미를 보이니 주말 아침 힘들게 깨워 함께 온 보람이 있다.
실학박물관은 다산 정약용 생가와 인접해있는데, 주차장에서 실학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정약용의 저서들을 조각으로 꾸민 탑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힘든 유배생활을 겪으면서도 500여 권의 책을 쓰셨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실학박물관에는 조선 후기 사회와 실학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서책, 자료 및 실학적 관점으로 작성된 지도류, 사전류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를 좋아하는 우리는 전시물과 안내문 글귀를 보며 자신이 아는 지식을 총 동원하여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며 전시를 관람한다.
이번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수레에 대한 부분이었다. 전시실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커다란 수레. 수레가
실학의 상징 같은 것이라는 설명에 '에잉?' 좀 의아했다.
청나라에서 수레를 접한 실학자들은 한번에 많은 짐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레를 조선에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기득권층이 있었으니 그 반대 논리가 어마어마하다.
수레가 다니려면 양쪽 바퀴 폭 만큼의 길이 있어야 하는데, 조선의 길, 특히 논과 밭 사이에 난 농로가 그렇게 넓지 않다는 것. 수레를 도입하기 위해 길을 넓히면 논과 밭의 면적이 그만큼 줄어들어 생산량이 줄게 되고, 이는 백성들이 곤궁해지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수레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부역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도 어려움을 줄일 수 있고, 유통이 빨라져 상업이 활성화되어 백성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실학자들의 주장은 오랜 시간 묵살되었다고 한다.
수레 하나 들여오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 실사구시 :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 공리공론을 떠나서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 객관적 학문 태도를 말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과 해답을 얻고자 하였다.
- 법고창신 : 옛 법을 새로운 것으로 거듭나게 함. 옛 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낸다는 말로, 옛 것의 소중함과 새것의 필요성을 동시에 표현한 말.
실학박물관 관람은 역사 시험을 위해 줄줄 외웠던 실사구시, 법고창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또, 실사구시, 법고창신이 지나간 옛 말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학박물관 관람 후에는 다산 정약용 생가인 여유당에 들렀다가 쌈밥집 - 한강 뷰 카페에 들러 이야기 나누며 여유롭게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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