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 중학년(?)이 되면서 집에 있던 그림책을 정리해 기증하기도 하고, 중고서적에 팔기도 했다.
한 권 한 권 읽어주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림책을 정리하다 나도 모르게 책을 펼쳐 들고 다시 한 장 한 장 읽어보게 되었다.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누군가 그랬다. 그림책, 동화책은 '아이가 보는 책'이 아니라 '아이도 보는 책'이라고.
아이도, 나도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
그의 책 겁쟁이 빌리는 무서움을 많이 타고, 겁이 많고, 걱정이 많은 아이 빌리의 이야기이다.
모자가 방을 가득 채울까봐, 신발이 혼자서 창밖으로 나갈까 봐, 구름이 침대 위에 드리워질까 봐, 방안에 비가 내릴까 봐, 큰 새가 자고 있는 자기를 물고 날아갈까 봐.... 걱정이 무지무지 되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아이다.
어른이 보았을때,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쓸데없는 일들로 걱정한다.
아빠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엄마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엄마 아빠가 지켜줄 거라고 말했지만, 빌리에 겐 큰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할머니 댁에 갔을때, 고민을 털어놓자 할머니는
참 재미있는 상상이라며, 네가 바보 같아서 그런게 아니고, 할머니도 너만 했을때 걱정이 많았다고 얘기해준다.
그리고는 걱정인형을 선물한다. 인형들에게 걱정을 한 가지씩 이야기하고 베개 밑에 넣어두라고. 그러면 인형들이 대신 걱정을 해줄거라고.
빌리는 할머니께 받은 걱정인형에게 걱정을 모두 이야기한 후 푹 잠이 든다.
그 후 며칠을 잘 지내다, 자기의 걱정을 매일 듣는 걱정인형들이 걱정된 빌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빌리는 스스로 그 걱정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낸다. 기발한 발상과 따뜻한 마음에 공감하며 크게 웃게 되는 결말이다.
결말이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보시길.
나는 빌리처럼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잠자리에 누웠을 때 생각과 걱정이 많이 떠올라 잠을 설치는 편이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가 빌리처럼 고민을 털어놓을 때면
빌리 아빠처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고,
빌리 엄마처럼 엄마가 지켜줄테니 걱정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 딴에는 아이를 위로하고, 안심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아이는 "걱정이 많이 되어 잠이 안 오는구나. 그럴 수 있어. 엄마도 어렸을 때 그런 적이 있어."라는 공감에 긴장과 걱정이 풀린 다는 것. 육아서를 읽으며 머리로는 공감하지만, 생활 속에서는 잘 안 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 누구에게나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걱정인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인형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나 자신의 걱정인형도 만들고, 아이들에게 걱정인형의 역할을 해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책을 읽으면, 알고 있지만 행하지 못했던 것들이 상기되어, 다시 실행해볼 힘이 생긴다는 것이 참 좋다. 주말 아침, 새로운 힘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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